AI에게 일을 맡겼는데 오히려 일이 늘어나는 이유

AI에게 일을 맡기면 보통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료를 정리하거나 문서를 작성할 때 처음부터 직접 하는 것보다 AI에게 초안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훨씬 빠르게 결과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업무에서는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AI가 결과물을 만들어줬는데, 그다음에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30분이면 끝날 것 같았던 업무가 AI에게 초안을 받은 뒤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빠진 부분을 추가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오히려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AI가 일을 잘못한 것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AI가 만들어준 결과물이 나쁘지 않더라도 AI를 사용하면서 업무의 기준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일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하나의 업무를 예로 들어 AI를 사용하기 전과 후에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살펴보겠습니다.

AI가 업무의 시작점을 바꾼다

예를 들어 다음 주 회의에서 사용할 보고서를 만든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AI를 사용하기 전에는 자료를 찾고 내용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만들기보다는 꼭 필요한 내용만 정리해서 보고서를 완성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AI에게 자료를 주고 보고서 초안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몇 분 만에 목차가 만들어지고, 항목별 설명까지 들어간 문서가 나옵니다.

처음에는 상당히 편리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생깁니다.

초안이 있으니 이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시간 때문에 넣지 않았던 내용도 추가할 수 있고, 다른 관점의 자료를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표를 추가하거나 문장을 다듬고, 여러 가지 버전의 보고서를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AI가 업무를 줄여준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업무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줄어든 것과 일이 줄어든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닌 것입니다.

결과물이 빨라지면 기대 수준도 높아진다

이 변화는 개인의 업무뿐 아니라 주변 사람의 기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보고서 초안을 만드는 데 반나절이 필요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팀에서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업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를 사용하면 초안을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초안이 이렇게 빨리 나오는데 다른 내용도 추가해볼까?”

“이번에는 자료를 조금 더 자세하게 넣어보자.”

“비교할 수 있도록 다른 버전도 하나 만들어보자.”

이렇게 되면 AI가 절약한 시간이 새로운 작업으로 다시 채워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가 생산성을 떨어뜨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AI 덕분에 예전에는 시간 부족으로 하지 못했던 작업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것을 항상 ‘업무가 늘었다’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결과물의 수준이 높아지고 선택지가 많아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추가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AI를 사용하면 업무 기준도 높아진다

이 현상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변화가 있습니다.

AI를 사용하기 전에는 “보고서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AI를 사용한 뒤에는 목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고서를 완성하는 것”에서

“더 좋은 보고서를 만드는 것”

으로 기준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I가 기본적인 보고서 초안을 만들어줬다면 이제 사람은 그 초안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내용을 더 추가하고, 표현을 수정하고, 자료를 보완하고, 여러 대안을 비교하면서 결과물의 수준이 계속 높아질 수 있습니다.

AI가 없었다면 애초에 하지 않았을 작업까지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중요한 업무라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AI가 줄여준 시간을 그대로 ‘여유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실제 업무시간과 기대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AI를 사용하면서 업무가 빨라졌는지를 판단하려면 단순히 “초안을 만드는 데 몇 분이 걸렸는가”만 볼 것이 아니라,

최종 결과물이 완성될 때까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작업을 했는가를 함께 봐야 합니다.

AI를 사용할수록 업무 목표가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AI를 사용하면서 일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핵심은 AI에게 일을 맡기기 전에 이번 업무에서 어디까지 하면 충분한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고서를 만든다면

“보고서를 작성해줘.”

라고 요청하는 것과

“회의에서 핵심 내용을 공유하기 위한 2페이지짜리 초안을 만들어줘. 세부적인 설명이나 추가 자료는 제외해줘.”

라고 요청하는 것은 결과뿐 아니라 그다음에 해야 할 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방식에서는 AI가 많은 내용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만들어진 내용을 다시 줄이고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면 두 번째 방식에서는 처음부터 필요한 범위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프롬프트를 잘 작성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AI에게 무엇을 시킬지보다, 이번 업무를 어디까지 하면 끝낼 것인지 먼저 정하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AI는 일을 빠르게 만들어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목표가 불분명하면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이 계속 늘어날 수 있습니다.

마무리

AI를 사용하면 업무 시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줄어든다고 해서 실제 업무량까지 항상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주면 그만큼 새로운 내용을 추가할 여유가 생기고,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작업까지 할 수 있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AI가 줄여준 시간이 새로운 업무로 다시 채워지는 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AI를 사용한 뒤 생산성이 높아졌는지 확인할 때는 단순히 결과물이 얼마나 빨리 만들어졌는지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 시작해서 최종 결과물이 완성될 때까지 실제로 어떤 작업을 추가로 했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AI를 잘 활용한다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AI 덕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어디까지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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