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검색하기보다 AI에게 먼저 물어보게 됩니다.
업무 방법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AI에게 물어보고, 글을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할 때도 AI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무언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여러 선택지를 만들어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AI를 사용하면 혼자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빠르게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AI와 관련된 뉴스를 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바로 ‘인지적 항복(cognitive surrender)’이라는 말입니다.
최근 보도에서는 MIT의 AI 관련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학생들이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스스로 고민하기보다 AI에게 곧바로 답을 맡기는 현상을 ‘인지적 항복’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습니다. AI에게 쉽게 답을 얻는 과정에서 실제로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배웠다고 느끼는 ‘학습의 착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소개되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꼭 학생들만의 문제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AI를 사용하면서도 내가 직접 생각하는 과정은 어떻게 남겨둘 수 있을까요?
AI에게 묻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AI에게 질문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AI를 활용하면 혼자 찾는 것보다 빠르게 정보를 정리할 수 있고, 복잡한 내용을 쉽게 설명받을 수도 있습니다.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거나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엑셀 수식을 만들거나 긴 문서를 요약하거나, 회의 내용을 정리하는 일처럼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작업이 많은 경우에는 AI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AI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생각해야 하는 부분까지 AI에게 넘기는 것일 수 있습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는 것,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것,
내 경험을 어떻게 설명할지 생각하는 것까지 AI에게 맡겨버리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AI는 답을 만들어줄 수 있지만 그 답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는 결국 내가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AI에게 묻기 전에 내 생각부터 꺼내보자
AI를 사용하면서 생각하는 과정을 남겨두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할 수 있습니다.
AI에게 질문하기 전에 잠깐 멈추고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생각한 것을 먼저 적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업무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해보겠습니다.
바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라고 AI에게 묻는 대신 먼저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생각한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를 짧게 적어봅니다.
그리고 AI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내가 현재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어.
내가 생각한 해결 방법은 이것이야.
내가 놓친 부분이나 다른 관점이 있는지 확인해줘.
이렇게 하면 AI가 내 생각을 처음부터 대신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내용을 검토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정답보다 다른 생각을 물어보자
AI를 사용할 때 질문을 조금 바꾸는 것도 방법입니다.
처음부터
“정답이 뭐야?”
라고 묻는 대신
내가 생각한 방법에서 놓친 부분이 있는지 알려줘.
(또는 이 방법의 단점이나 반대 의견을 알려줘.)
라고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AI가 하나의 답을 제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내가 먼저 기준을 정하고, AI에게 빠진 조건이나 다른 가능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AI의 답을 받은 뒤에도 한 번 더 생각해보자
AI에게 답을 받았다고 해서 생각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AI가 제시한 방법을 보고
‘왜 이렇게 답했지?‘
‘이게 내 상황에도 정말 맞을까?‘
‘내가 알려주지 않은 중요한 조건은 없을까?‘
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 상황에 맞는지 다시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AI의 답변은 최종 결론이라기보다 내가 생각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자료가 됩니다.
AI에게 맡길 일과 직접 생각할 일을 나눠보자
AI를 현명하게 사용하려면 모든 일을 직접 생각하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AI에게 맡길 일과 내가 직접 판단할 일을 나누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AI에게 맡기기 좋은 일
- 긴 자료 요약하기
- 반복적인 내용 정리하기
- 초안 만들기
- 아이디어 여러 개 만들기
- 문장을 다른 방식으로 바꾸기
반면
내가 직접 생각해야 하는 일
-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기
-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지 결정하기
- 내 경험과 생각 정리하기
- AI의 답이 내 상황에 맞는지 판단하기
- 최종 결과에 책임지기
처럼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구분이 모든 상황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AI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활용하면서도 내가 해야 할 판단까지 자동으로 넘기지는 않는 것입니다.
AI를 생각의 시작점으로 사용해보자
AI를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내가 먼저 모든 답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을 때 AI에게 아이디어를 받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AI가 제시한 첫 번째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답을 보고 내 생각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관점을 5가지 알려줘.
(라고 먼저 요청한 뒤)
그중에서 내 상황과 가장 관련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판단해볼게. 각 관점의 차이만 설명해줘.
라고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용하면 AI가 생각을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시작하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AI와 함께 생각하는 방법
정리하면 AI를 사용하면서 생각하는 과정을 남겨두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① 먼저 내 생각을 꺼내본다
AI에게 묻기 전에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생각한 내용을 짧게 정리합니다.
② AI에게 답보다 관점을 요청한다
처음부터 정답을 달라고 하기보다 내가 놓친 부분이나 다른 관점을 물어봅니다.
③ AI의 답을 내 상황과 비교한다
AI가 말한 내용이 실제 내 상황에도 적용되는지 확인합니다.
④ 필요한 부분은 다시 질문한다
답이 이해되지 않거나 부족하다면 왜 그런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다시 질문합니다.
⑤ 마지막 판단은 직접 한다
최종적으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활용할지는 내가 판단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AI를 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면서도 내 생각이 들어갈 자리를 남겨둘 수 있습니다.
마무리
‘인지적 항복’이라는 표현을 접하면 AI 사용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어디까지 맡길 것인지 정하는 것입니다.
AI에게 정리와 반복 작업을 맡기고, 내 생각을 먼저 꺼내보고, 다른 관점과 빠진 부분을 확인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받은 답을 내 상황에 맞춰 직접 판단하는 것입니다.
AI를 사용하면서도 내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남겨두는 것.
어쩌면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AI를 덜 사용하는 방법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면서도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부터 AI에게 질문하기 전에 딱 한 번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나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그다음 AI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